옛날 자료를 올린 김에, 비슷하게 오래전 이야기를 하나 꺼내어 봅니다. 잘 만들지도 못하는 주제에 리테이크 당하는 것에는 유난히 민감했었는데, 대개 리테이크 지적을 받고 새로 무언가를 만들면, 더 좋은 걸 만들어야만 했는데, 처음 한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는 그 마음을 오래 가지고 가는 편이었습니다. 리테이크 받아서 새로 만들 때에 더 성의 없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안 좋은 거죠..

아스가르드 타이틀 음악이 그런 케이스인데, 처음 아스가르드에 합류한 후, 이런저런 자료들을 본 후 느낀 바를 타이틀 음악에 담았는데, 아스가르드는 그런 분위기의 게임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서, 새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들었던 쪽의 분위기가 더 게임 분위기에 맞다는 생각을 오래 가지고 있었는 지, 재작업에 대한 의욕이 안 생겼던 것 같고.. 그래서 넥슨에 들어오기 한참 전에 공모전 출품용으로 만들었던 음악을 조금 수정하여 타이틀로 사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 개발팀에서는 이쪽이 ok. 이후로는 조금 더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쪽으로 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얼음여왕의 경우는 재작업을 하게 된 케이스였는데, 이쪽도 뭔가 재작업분이 성의가 없는 느낌이긴 하네요.

바람의 나라 같은 경우는 전부 새로 만든 음악이었는데, 아스가르드의 경우는 넥슨에 들어오기 전에 만든 것도 몇 쓰고, 바람의 나라 용으로 만들었다가 사용하지 않게 된 것도 쓰고, 그냥 개인 습작 같은 느낌으로 만든 것도 쓰고.. 과도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알게 되거나 하는 그런 시기였는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은 때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새로운 시퀀서들을 써보기도 하고, 맥으로 전환도 해보고, 이런저런 시도는 많이 해보려고 했던 게임이었다는 점에서는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