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등장한 4번째 작품

인기 있는 타이틀의 프랜차이즈화. 그것은 FF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것과 함께 스퀘어 에닉스가 내세운(스퀘어 시절이긴 하지만) 사업 전략이었다. 언리미티드 사가, 반숙영웅, 성검전설이 바로 그런 전략을 통해 나온 작품이다. 그리고, 2003월이 끝나가는 시기에 등장한 게임, FRONT MISSION 4.

나올 것 같으면서도 나오지 않았던 프론트 미션이었지만, 1편의 리메이크을 시작으로 붐업. 2003년은 매트릭스의 해가 아니라 프론트 미션의 해일 정도로 분위기를 띄워주면서 시리즈 최신작을 내놓았다.


과거회귀와 동시에 이루어진 진화

프론트 미션 4(이하 FM4)는 긴 간격을 두고 나타나는 유명 프랜차이즈의 신작이 보여주는 특징을 따라가고 있다. 전편의 인지도를 이용하려는 복고주의적인 전략이랄까. FM4의 화면 구성이나 세계관(프론트 미션 시리즈 자체의 세계관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분위기 등은 대체적으로 1편에 가까운 편이다. FM2는 1의 인터페이스를 거의 비슷하게 가져왔지만, 3편은 새로운 폰트를 이용하여 화면 구성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놓았다. 그리고, 4편은 3편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1편의 분위기를 가져왔다. FM4는 시대적 배경도 1편의 그것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니, 모처럼 나온 프랜차이즈 신작이 보여주는 방어적인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성도에 비해,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2, 3 보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보다 더 강하게 남아있는 1편의 힘을 빌리고 있는 셈. 하지만, 기본적인 시스템 체계는 1편이 아닌, 2와 3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찌되었든 시리즈 4번째 작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 1편의 세계관과 분위기,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2편의 전투 연출(보다는 짧다)과 AP 시스템, 그리고 3편의 화면 전환과 복합적인 시나리오 구성이 모두 합쳐져 있는 타이틀이 바로 FM4.

하지만, FM4는 단순히 1,2,3의 요소들을 합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전에 존재하던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하여 최적화를 이루어낸 것도 있지만,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FM1의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 같은 과거회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4라는 숫자가 전해주고 있는 새로운 이미지가 더해져 있다. 이전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을 전해주려던 FM3과는 다르다. FM4는 온고지신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핵심은 LINK

스킬이나 AP를 보면, 이전 작품의 요소를 적당히 어레인지한 것에 가까울 뿐, 아주 신선한 것은 아니다. 스킬을 레벨 별로 나누어서 보다 다양한 스킬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으며, 슬롯 제한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혹은 보다 개성적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부분은 충분히 괜찮으며, 그 부분을 평가절하할 생각도 없다. 그 정도의 요소만으로도 4라는 숫자를 붙일만하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FM4의 핵심은 LINK다. 협력 플레이.

프론트 미션 시리즈는 기기 커스터마이즈에 충실한 게임이었으며, 그런 기기 커스터마이즈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게임 전략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도였다. SRPG로서의 전략을 즐기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번처의 커스터마이즈였다. 하지만, 2편에서 AP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 번처 커스터마이즈 뿐 아니라, 캐릭터의 행동도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모든 동작은 AP를 소모하기 때문에, 무작정 적 가까이 이동해서 공격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었으며,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AP를 더 소모하기에, 무작정 스킬을 남발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해야만 하는 것. FM4는 그런 AP가 바꿔버린 행동패턴을 LINK를 통해 다시 한번 바꾸어버렸다.

전반적으로 SRPG에서는 물량을 투입해서, 여럿이 하나를 집중 공격하는 것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플레이어가 조작 가능한 기체 수보다 언제나 더 많은 수의 적기가 나오는 프론트 미션에서도 그런 전략은 유효하다. 여러 기체가 힘을 모아, 하나 하나씩 제거해가는 전략이 계속된다. 그런 협력에 대한 부분을 시스템화 하여 보다 효과적인 연동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FM4. 프론트 미션4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격할 때와, 공격당할 때를 위한 협동체계를 미리 설정해둘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사전에 설정해둔 관계에 따라 협력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술도 링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링크했을 때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지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할 것이다. 번처의 셋업 이상으로, 플레이어 사이의 링크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게다가, 캐릭터 스킬 설정도 해야하니, 이전 작품들 보다 더 전투 보다 설정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게임이 FM4인 셈. 셋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한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던 프론트 미션 시리즈이지만, 이 게임은 그만큼 커스터마이즈를 즐기는 게임이었다. 단순히, 전투를 즐기기 위한 가벼운 사전작업으로서의 커스터마이즈가 아니다. 프론트 미션에서의 커스터마이즈는 실전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 연출을 즐기다

화려한 전투 연출은 FM2에서 이미 구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FM2는 지나치게 연출에 치중한 나머지 가면 갈수록 지루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런 기나긴 연출을 보여주기 위한 강렬한 로딩은, 게임을 보다 더 지루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연출의 스킵까지 불가능한 FM2는 그런 화려한 연출이 오히려 게임 감각을 해쳤다. (이번 컬렉션에 나온 FM2는 전투 연출의 스킵이 가능하게 보완되어 나왔다.) 그런 로딩의 지루함, 연출의 지루함을 인식한 제작진이 내놓은 FM3는 로딩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반면, 연출이 1편 이상으로 단순해져 버렸다. FM4의 연출은 아주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2편과 3편 사이의 적당한 공간을 발견하여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필드의 캐릭터가 확대되면서 보여주는 전투 영상은 FM3의 그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단조롭다. 특히, 서 있는 방향에 따라 다른 형태로 공격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 링크가 걸려있을 때는 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FM2처럼 연출이 긴 것은 아니어도 충분하달까. 그렇게 긴 연출은 아니지만, 2편에서의 그런 지루한 이미지가 강렬했던 것 때문인지, 연출의 스킵도 가능해서 좋다. 적의 턴일 때에는 고속으로 화면을 돌릴 수도 있었다.

일반적인 메뉴 구성은 1편의 그것과 많이 비슷하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메뉴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2나 3편의 이미지 보다는 1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분이 든다.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일 수도 있었던 영어위주의 메뉴 구성은 보다 더 강력해져, 이번엔 영어 음성까지 함께한다. 영어 음성에 일본어 자막이라 그런지, 양쪽 다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혼란스럽긴 하지만, 세계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이왕 음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음성을 지원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나올 것 같은 부분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협력 플레이가 관건

만든 사람이 역시 그 사람이어서 그런 인상을 받게 되는데, FM4는 그저 강력한 캐릭터 하나로 밀고가기 보다는, 여러 캐릭터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경험치 분배 방식에서 그것을 보다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 FINAL FANTASY 10에서 받을 수 있었던 그런 협력 플레이의 감각이다. 공격을 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적 캐릭터를 파괴했을 때에 일괄적으로 파괴에 관여한 이들이 경험치를 나눠 가지는 방식인데, 기여도에 따라 차등지급 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이라도 파괴에 도움을 준 이라면 모두 같은 정도의 경험치를 받기 때문이다. 적을 공격하지 않고, 아군 기체를 회복시켜주기만 하더라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 프론트 미션에서도 힐러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전투에서 한번에 운용하는 캐릭터의 수가 아주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협력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FM4 시스템의 핵심인 링크를 잘 이용해야만 하며, 역할 분담을 잘 해야만 한다. 강력한 특정 계열의 무기 위주로 진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각 캐릭터의 스킬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들의 특성에 맞춘 파티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 백마도사가 앞에서 칼질한다고 해서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보다 철저한 팀웍, 협력 플레이를 즐기는 게임이 FM4다. 1, 2, 3편의 감각에 새로운 감각이 더해진 프론트 미션의 최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