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숙영웅 대 3D
SQUARE ENIX / YBM SISA
PLAYSTATION 2


10여년만의 신작, YBM 최초의 스퀘어 에닉스 타이틀

YBM은 요즘 가장 콘솔 게임계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록, 그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부분이 없긴 하지만. 그런 활발한 활동의 끝을 보여준 것이 바로 반숙영웅이다. From software라던가, SEGA는 무수한 (코어)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제작사의 게임들을 주로 발매하는 YBM은, 그들의 의욕적인 행보에 비해서는 그렇게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매니악한 인기를 얻는 회사의 매니악한 게임들을 로컬라이즈하기 때문일까?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지만, 그 선에서 그쳐버리는 모호한 상황이 지속될 뿐이었다. 매니아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상황이었기에, 스퀘어 에닉스의 게임을 로컬라이즈하게 된 것은 YBM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그 게임은 프롬이나 세가의 게임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매니악함을 지니고 있는 반숙영웅이라지만.)

블록버스터로 유명한 스퀘어 에닉스의 작품이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회사에 의해 로컬라이즈가 이루어져 발매되었다는 것. 반숙영웅의 가장 큰 의의는 그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글화가 아닌 한국화로 승부를 거는 반숙영웅. 그 어떠한 게임들 보다도, 확실하게 텍스트를 이해해야만 제대로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의 한글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로컬라이즈에 강한 YBM이 내놓은 로컬라이즈 게임에 거는 기대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스퀘어 에닉스 타이틀의 한글판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스퀘어 에닉스의 유명 블록버스터 타이틀의 한글화에 대한 기대가 더 클 것 같지만...)


Realtime simulation

반숙영웅은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하지만, RTS라고 해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인 것은 아니다. 수십, 수백개의 유닛을 동시에 컨트롤할 일은 없으니까. 스타크래프트 보다는 전설의 오우거 배틀을 떠올려보는 쪽이 좋다. 가위바위보 형태로 강약이 결정되는 유닛을 이용하여 적군의 성을 점령해나가는 것이 기본. 유닛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으며, 적군도 아군의 성을 차지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상성을 잘 파악하여 유닛을 적절히 조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그 일변도의 가벼운 게임이지만,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측면에서의 게임 밸런스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위바위보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도 매우 익숙한 가위바위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상성을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각 캐릭터의 능력치도 중요하지만, 진형 사이의 상성을 이용하여 상대방 병사를 제압하는 것에 있어서는, 장수의 능력치는 그렇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이템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불리한 경우에는 에그 몬스터를 소환하여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 다만, 아이템은 생산을 통해서 장비를 해둬야만 사용할 수 있으며, 에그 몬스터의 경우도 횟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보다 신중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략적이면서도 전략적이지 않은 게임이다. 가위바위보라는 매우 확실한 상성 관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위가 바위를 이길 수도 있는 게임이니까. 이 게임은 RTS에서 느낄 수 있는 전략의 묘미를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RTS의 틀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개그를 즐길 게임일 뿐이다.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심각한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무난한 난이도로 마지막까지 게임 내 요소를 즐길 수 있다. 어딘가 모르게 납득할 수 없는 밸런스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반숙영우은 그런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에서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반숙영웅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밸런스가 괜찮은 게임이다. 의도하는 대로 제대로 움직여주는 게임은 아닐 지라도.


반숙영웅의 핵심, 에그 몬스터

가위바위보를 이용한 부대전투가 메인이긴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상성만을 이용하여 적군을 제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스 전투에서는 병사들만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 보스 전에서는 무조건 에그 몬스터를 이용해야만 한다. 일반적인 전투는 실시간 조작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에그 몬스터를 소환한 시점부터는 턴제로 전투가 진행된다.

에그 몬스터의 의의는 랜덤에 있다. 다른 캐릭터의 경우는 랜덤이다. 위급한 상황이라 몬스터를 소환하긴 했지만, 무엇이 나올 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이 게임의 묘미이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즐기는 게임. 위급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히든카드였지만, 어처구니 없는 몬스터가 나타나 허무한 웃음이 나오게 만들기도 하는 랜덤의 묘미. (주인공은 몬스터를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의 특권)

어떤 몬스터가 나올 지 알 수 없는데, 나와도 어떤 정도의 능력을 가진 몬스터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외형과 이름이 상당히 재미있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개그가 에그 몬스터의 작명에서 돋보인다. 이름을 접하면, 어느 정도 그것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런 예상을 완전히 깨버리는 디자인으로 몬스터가 등장한다. 게다가, 그런 몬스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술들을 사용하는데, 그런 것에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이름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할 것 같은 기술이 핵폭탄급의 데미지를 전해주기도 하며, 매우 강력할 것 같은 기술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즐기는 것이다.

스퀘어에서 만든 게임들의 캐릭터를 패러디한 몬스터가 등장하기도 하며, 에닉스의 캐릭터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발매전에 공모전을 통해서 모집한 몬스터들도 등장하는데, 이 때에는 응모자의 이름과 소감, 얼굴 사진까지 보여주는게 상당히 특이하다. (게다가 재미있다.) 익히 알려진, 유명한 캐릭터들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것을 즐길 수 있다. 반숙영웅의 재미가 바로 그런 것. 에그 몬스터의 공모전은 우리나라에서도 진행이 되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한 오리지널 에그몬스터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한국판 반숙영웅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한두개 서비스로 추가한 정도가 아니기에 보다 의미가 있다. 다만, 일본판에 원래부터 있던 에그 몬스터의 경우는 일본어로 표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말장난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몬스터들도 있다. 모든 몬스터를 완전히 새로 구상하지 않는 이상,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그 몬스터를 통해 웃음을 전달해주는 게임이기에, 그런 부분들은 아Э?수 밖에 없다. 한국판에서는 한국판만의 즐거움을 찾아야만 한다.


2D VS 3D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줄기는 2D(주인공 집단)과 3D의 대결 구도이다. 2D의 경우는 그것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다보니, 옆모습이 아예 없다. 정면과 후면만 존재할 뿐이다. 3차원의 세계에서 2D라는 것은 그저, 종이조각 일 뿐이라는 것. 2D에 관련한 개그는 바로 그런 종이조각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3D는 각이 강조된 다각형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그런 3D 캐릭터의 디자인은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될 수록, 보다 다양해지며 3D의 기술 발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을 즐기는 것이 이번 반숙영웅 시나리오의 즐거움이다. 3D로 표현된 기묘한 히로인(?) 캐릭터의 모습도 하나의 즐길 거리.

물론 3D의 경우는 3D라는 이미지가 전달해주는 다양한 의미들과 생각들을 캐릭터에 표현해주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2D게임들과 3D게임들을 골고루 즐긴 사람들에게 보다 더 어필할 수 밖에 없다. 반숙영웅에서의 개그는 패러디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소 코어할 수 있는 소재들의 패러디) 오리지널을 모르는 경우는, 그 오리지널의 패러디가 그렇게 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리지널의 뒤틀린 표현을 보면서 즐겨야만 하는데, 오리지널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면, 아무리 뒤틀린 표현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뒤틀린 것인지 제대로 된 것인지 ?수 없으니까.

패러디와 각종 전문적인 설정의 비꼬기를 즐기는 게임이지만, 게임에서 그런 것들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매뉴얼 등지에서 이런저런 요소들에 대한 부연 설명이 약간이라도 나와있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웃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그 이상한 상황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패러디의 한계가 아니던가. 2D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단면이기 때문에 측면 베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그런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야 이 게임은 즐겁다. 공상과학대전 같은 성향의 책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게임이 바로 반숙영웅이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초기 작품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매우 간단한 다이제스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음악도 레트로 이미지를 살렸으며, 분위기나 캐릭터의 느낌도 모두 이전의 그것들. 가장 첫 에피소드는 개그 게임이란 것과는 달리 그 나름대로는 진지한 분위기로 연출해나가고 있는데, 이는 본격적인 2D VS 3D로 나아가기 전의 준비단계라 할 수 있다. 가장 첫 에피소드만 즐겨본 후, 생각했던 것 만큼의 즐거움이 나오지 않아서 그만둬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 게임을 1%도 즐기지 못한 것과도 같다. 가장 첫 에피소드는 게임의 조작 방법을 익히는 것 뿐, 반숙영웅이 전해주는 가장 거대한 재미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장 첫 에피소드를 넘긴 이후 갑자기 전개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바로 PS2로 나온 반숙영웅의 메인스트림이다.


이런 한글화은(는) 좋지 않다.

반숙영웅은 그 어떠한 게임들 보다도, 텍스트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화면의 연출과 텍스트를 이용하여 플레이어에게 웃음을 전달해주는 게임이기 때문에. 단지, 일본 원작이 가지고 있는 요소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이 게임의 즐거움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 특유의 말장난, 일본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패러디, 일본인들을 위한 만담은 그들에게는 즐거울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까지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 조크를 접했을 때의 기분 같은 것일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애매할 수 밖에 없다. 반숙영웅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바람직한 형태로 로컬라이즈의 방향을 잡았다. 게임 내용을 바꾸면서, 한국화를 진행하는 것.

YBM의 한글화는 단순한 한글화가 아닌, 한국화였기 때문에 반숙영웅은 상당히 의미있는 타이틀이 되었다. 단순히 한글화를 진행했다면, 반숙영웅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재패니즈 조크를 만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이 게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길 때, 보다 더 즐거울 수도 있는 게임이 되었다. 몇몇 부분에선. 하지만, 재패니즈 조크를 즐기는 게임을 로컬라이즈해서 우리나라의 유머를 전해주는 걸로 완전히 바꾸는 것은 힘들 수 밖에 없다. 개그는 이 게임의 사실상 전부이기 때문이랄까. 대부분의 시스템과 요소는 모두 개그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개그의 코드를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게임의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하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반숙영웅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반숙영웅의 로컬라이즈는 완전한 로컬라이즈는 아니다. 그야말로 일본인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을 듯한 것들만 몇몇 우리나라의 것들로 바뀌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공모한 에그몬스터가 몇몇 추가되어 있을 뿐이다. 한국화된 부분도 있지만, 한글화로 끝나는 것들도 없지는 않다. 일본판에서 일본인은 웃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한국판에서 한국인은 그다지 웃기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하는 셈. 일본판에서는 그리 재미있지 않은 부분이 한국판에서 어레인지 되어 웃을 수 있는 곳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자가 보다 더 강했다는 건 아쉽다.

이런저런 재미의 측면을 떠나, 반숙영웅의 로컬라이즈는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한글판 게임들 보다 한글화에 신경쓴 게임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한글화, 한국화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에서 가장 기본적인 한글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띈다. 은(는), 을(를) 같은 표현들이 게임에 나오고 있었던 것. 일본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분이지만, 한국어는 종성에 따라 '을'과 '를'을 구분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나온 대사들을 그대로 옮기는 경우에는 을과 를을 구분해서 넣는 것?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겠지만, 프로그램 상에서 문장을 조합해서 출력해야 하는 경우는 그 부분을 따로 처리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반숙영웅은 그 부분을 그냥 을(를) 같은 문구를 이용해서 하나에 몰아버렸다. 한국화를 한 게 아니라 한글화을(를) 한 것이다.

외국 게임을 번역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 어떠한 게임들 보다도 로컬라이즈를 내세운 게임이었으며, 우리나라만의 추가요소도 있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우리나라 캐릭터를 따로 그래픽 작업까지 거쳐가면서 새롭게 구성한 게임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추가 캐릭터를 만들어서 넣을 정도로 세심한 로컬라이즈 작업을 거친 게임에서 나타나는 을(를)이라니. 스퀘어에닉스 개발부에서 한글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 프로그래밍까지 한 게임에서, 이런 표현이라니.

무엇을(를) 위한 한글화인가. 누구을(를) 위한 한글화인가. 한글을 게임에 집어넣긴 했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집어넣지는 못했다.


우에마츠 노부오 발견, 김국환도 발견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우에마츠 노부오(植松伸夫)가 이 게임의 음악을 맡았다. FF가 아닌 게임에서 그의 이름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프론트 미션이나 크로노 트리거에서 일부를 찾아볼 수 있을 뿐, 지명도에 비해 다른 게임 타이틀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수영 덕분이긴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10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당량 팔렸다. 영화OST도 그렇게 많이 팔린다고 보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게임OST가 그 정도 팔렸으니. 어떻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음반을 팔아버린 우에마츠 노부오의 신작은 어느 정도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수영과 김국환의 대결 구도라는 게 참으로 애매하지만)

이전 시리즈(패미컴판)의 음악도 맡았던 그이기에(SFC판의 경우는 드래곤퀘스트로 유명한 스기야마코이치가 음악을 담당했었다.), 이번 작품의 음악을 그가 맡은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FF를 담당할 때보다 그가 더 의욕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숙영웅의 음악 작업을 즐기고 있는 느낌. 가벼운 기분으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았다. FF스럽지는 않지만, 우에마츠 노부오스러움이 느껴진다. 진지할 것 같으면서도, 유쾌한 부분은 마음에 든다. 다만, 패러디가 많은 이 게임에서 음악적으로 패러디를 활용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아서 아쉽다. 스퀘어의 유명 게임들 BGM을 차용하는 것도 좋았을텐데. 다양한 승리음악은 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음악으로 재미를 전해주는 것은 그 정도에서 끝나는 것 같아서 아쉬운 편. 패미컴 시절의 음악들 분위기를 현대적인 감각과 결합한 음악들도 인상적.

반숙영웅 한국판의 경우는 주제가를 김국환이 불렀다. 일본판의 경우는 특촬물 주제가로 유명한 이사오 사사키가 노래를 불렀는데, 그런 분위기의 노래를 우리나라 가수가 부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김국환이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반숙영웅 한국어판에서 김국환의 노래를 만날 수 있었다. 각종 플래시 광고에 등장하여 귀를 놀라게 했던 오프닝 주제가 뿐 아니라, 다른 보컬곡들까지 전부 새롭게 녹음한 것이 인상적. 주제가의 경우는 의도적으로 로컬라이즈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게임의 경우?로컬라이즈를 위한, 로컬라이즈에 의한 게임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주제가도 더빙해서 수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숙영웅의 로컬라이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김국환의 노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컬곡들의 존재감은 크다. 가사도 일본판의 그것을 번역하면서도 뉘앙스를 잘 가져왔으며, 우리나라에 발매되었기 때문에 들어간 추임새도 느낌이 좋다. 다만 이런 스타일의 노래들을 좋아하지 않을 뿐.


사람들에게 웃음을...

개그를 즐기는 게임. 번역된 외국의 개그는 우리에게 얼마나 즐거울까. 로컬라이즈 팀이 만들어낸 개그는 얼마나 안정적일까. 패러디는 얼마나 안전하게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개그를 개그로서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은 결코 웃을 수 없는' 현대 개그를 얼마나 이해하면서 느낄 수 있을까. 그 점이 바로 반숙영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무수한 패러디가 존재하는 게임이기에, 스퀘어 에닉스(특히 스퀘어)의 게임들을 오래 전부터 좋아해온 사람들에게 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다. 스퀘어 에닉스의 게임들 뿐 아니라, 이런저런 다양한 게임들을 즐겨온 사람들, 게임 이외의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에게 즐거운 게임이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세계를 접해야만 할 것이다.

비록 이 게임의 한글화은(는) 다소 거슬리는 표현 덕분에, 껄끄러워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반숙영웅이란 게임이 전해주는 재미'라는 것을 그런대로 잘 보여준 게임이다. 스토리를 즐기는 RPG의 한글화도 중요하지만, 반숙영웅은 그런 RPG들 보다 더 텍스트의 이해가 필요한 게임인 만큼, 한글로 즐기는 반숙영웅은 그 어떠한 게임들 보다도 의미 있는 게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