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게임에 다양한 형태로 활용해보는 SCE. 그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를 내놓았다. DJ 시뮬레이션 툴, DJBOX.

이런 형태의 툴이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PC쪽에는 나도 뭔가 정체불명의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DJBOX는 PS2의 인터페이스에서 디제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신선하며, 놀라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콘솔 게임기에서 음악을 만드는 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본격적인 형태의 툴이 있어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매우 본격적인 것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간략화된 게임 같은 조합형 툴(garage band 같은 것보다 더 단순한 것들) 정도. DJBOX는 그러한 게임기에서의 음악 툴에 대한 모호한 이미지를 새로운 형태로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단순히 큐베이스를 PS2용 소프트로 내놓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중심은 듀얼 쇼크에 있었다.

전혀 게임과는 상관 없는 구성의 화면이지만, 어찌되었든 조작은 듀얼 쇼크로 하게 된다. 게다가, 듀얼 쇼크 중심으로 인터페이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듀얼 쇼크의 조작이 곧 턴테이블의 조작이었다. 이런저런 다양한 음악CD들을 컨버트하여 디지틀로 djing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걸 듀얼 쇼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매우 전문적인 것 처럼 보이는 화면 구성이지만, 듀얼 쇼크로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툴이랄까. 비록 듀얼 쇼크로 즐기긴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DJ가 되어 스테이지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주는 완성도. 이것에 익숙해지면, 턴테이블을 돌리면서 스테이지를 주도하는 것도 가능할 것만 같아 보이는 시뮬레이터.

그란 투리스모 같은 정도의 줄타기. 혹은 그것보다는 더 시뮬레이터에 가까운 줄타기.

'이것은 리얼하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도록 해주는 툴. 즐기는 사람들을 보다 더 생산자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툴. 가지고 놀기에도 좋고, 이걸 어딘가 활용하기에도 쓸만한 수준은 된다. 온라인에 너무 치중한 듯한 인상을 주던 BB UNIT였는데 HDD에 주력한 소프트가 등장한 점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