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1은 대인원 참여형의 이벤트는 극히 드물다. 퀴즈 대회를 한다던가, PvP 대회가 있다던가.. 그런 것들이 전무. 어딘가에서 이벤트 아이템을 판매한다던가 해서, 알아서 즐기라는 정도.

그런 상황에서, 불특정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협동 이벤트가 열렸다. 이전에 시도했다가, 서버 문제로 취소되었던 바로 그 이벤트. 의문의 거대 생물 이벤트.

별다른 것 없다. 파티를 맺을 필요도 없이, 얼라이언스 조직할 필요 없이, 그저 여럿이서 그 거대 생물을 제압하면 된다. 이득도 없는 그런 것. 그저, 수백명이 동시에 한 몹을 공격하는 것을 즐겨보자는 것 뿐이다.

그런데.

FF11은 리소스 관리와 스펙의 제약 덕분에, 한 화면에 표시되는 캐릭터 수가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명이 한 곳에 모여있다고 하더라도, 그 인원이 모두 표시되지는 않는다. 플레이어 주변의 몇몇 캐릭터만 보일 뿐이다. 200여명의 인원이 한 몹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화면에 표시되는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뿐이다. 대단위 전투이긴 하지만, 진정한 대단위의 맛을 느끼긴 힘들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사람들이 한 곳에 너무 많이 몰려있어서, 정작 잡아야할 몹이 화면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만 가득하고, 잡아야할 몹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 반짝 나타나서 플레이어 한명을 잡으면서 사라졌을 뿐. 잠시 나타나는 그 시기에 어떻게든 타겟을 잡아서 공격을 해야만 했다.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몹은 화면에 지속적으로 표시되어야만 했었다. (어쩌면, 이전에 그렇게 계속 지속되도록 한 탓에, 오버플로우에 걸려 이벤트를 중단했을 지도 모른다.) ...

그래도 굉장한 건, 사람들은 그것 조차도 재미있게 즐겼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많아서 몹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 사실을 즐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