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HAZARD OUTBREAK
CAPCOM
PLAYSTATION 2


멀티플레이로 즐기는 BIOHAZARD

밀실에서 즐기는 좀비와의 대담한 대화. 호러 게임의 대명사. 바이오해저드의 신작이 PS2에 나왔다. 정규시리즈는 게임큐브로 옮겨간 상황이지만, 외전 형태의 타이틀로의 등장. 코드 베로니카라는 상당히 안정적인 형태의 외전도 있었지만, 건 서바이버라는 다소 무모한 타이틀도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이오해저드에 관련한 외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건 서바이버와는 달리 아웃브레이크는 무언가 기대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것이 바로 NETWORK. 혼자가 아닌 여럿이 즐기는 바이오해저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형태로 흘러가는 바이오해저드가 될 것이냐와는 상관없이.


제약을 즐기는 게임

바이오해저드는 원래부터 제약이 심한 게임이었다(초기에는...). 탄환의 제약, 아이템박스의 제약, 움직임의 제약, 세이브의 제약, 그리고 시점의 제약. 이러한 무수한 제약들은 바이오해저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재료들이다. 아웃브레이크는 그런 바이오해저드에서 느낄 수 있는 제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제약은 아이템 박스의 제약. 4개밖에 가질 수 없는 아이템박스는 게임을 안전하게 즐길 수 없도록 만든다. 기존 바이오해저드에서 자주 보이던, 다소 무의미한 퍼즐용 아이템 같은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4개로도 버티기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총과 탄창을 들고다닐 경우에는 타이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은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며, 싱글 플레이의 경우도 멀티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와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받을 수 밖에 없는 각종 제약은 다른 플레이어와의 교류를 통해서 극복해야만 한다.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보다 강력한 제약이랄까. 그만큼, 아웃브레이크는 혼자서만 살아남기는 힘들다.

혼자 움직일 경우에는 4칸 밖에 없는 심하게 부족한 아이템박스이지만, 4명이 모여있기 때문에 16칸이라는 제법 넉넉한 공간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6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위한 교감인 셈이다.


교감을 즐기는 게임?

아웃브레이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NETWORK. 하지만, 아웃브레이크는 멀티 플레이를 해야만 이 게임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멀티 플레이를 시뮬레이트 해놓은 싱글 플레이 모드가 더 인상적이었다. 혼자서 즐기지만, 멀티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 보다 쾌적하게 멀티 플레이를 즐기기 위한 연습으로서의 싱글 플레이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같이 즐기지 않아도, 아웃브레이크의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멀티 플레이를 하더라도, 채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사 소통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협력을 통해서 험난함을 헤쳐 나가야만 하지만, 각 플레이어 끼리의 능동적인 교감을 찾기는 힘들다.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다. 협력을 해야할 것만 같지만, 아웃브레이크에서의 멀티 플레이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협력 플레이는 아니다.

그저 한 공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인이 모여있을 뿐. 자신의 할 일만 해나가고 있을 뿐이다. 특정 행동을 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협력해야할 상대가 오히려 경쟁 상대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를 낳게 된다. 그런, 협력과 경쟁의 미묘한 관계가 바로 아웃브레이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감이다.

열쇠를 이용하여 문을 여는 행동 같은 것에도 중요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누가 먼저'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여느냐 같은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것. 공포 게임이면서도, 타임 어택으로 유명한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의 양면성이랄까. 무수한 싱글 플레이의 반복을 통해 상황을 헤쳐나가는 법을 익히며, 멀티 플레이를 통해 '그 누구보다도 빨리' 해야하는 일들을 해서 점수를 따는 것.


상황과 설정을 즐기는 게임

아웃브레이크는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게임이다. 스토리 전달보다는 바이오해저드 특유의 세계관을 새로운 관점, 혹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체험해보는 것.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것을 즐긴다. 공포 게임이면서도, 공포를 그렇게 크게 느끼기 힘든 것은, 상황을 즐기는 게임이라서일까? 주어진 상황을 보다 쾌적하고, 깔끔하게 통과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께임이기 때문일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키워드 동작 위주로 빠르게 클리어하여 높은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아웃브레이크는 정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에 비해서 스토리의 밀도나, 공간 구성의 응집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즐기는 게임이었다면, 이런 형태의 반복 플레이를 즐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짧은 스테이지 구성은 정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를 즐기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만, 네트워크 플레이, 그리고 반복 플레이 측면에서 볼 때엔 적절한 볼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철저한 반복 플레이를 고려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면 즐길 수록,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MMORPG에서 경험치 모으듯, 단순 반복으로 포인트를 모아가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 없을 지도 모른다. 네트워크 플레이를 즐기더라도, 게임에 들어가기 전 채팅을 통한 사전 조율이 있을 뿐, 게임 내에서는 모두 개인일 수 밖에 없으니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는 하지만, 아웃브레이크에서는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 강했다. 적자생존의 논리랄까.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상황을 잘 알고있는 지에 대한 경험이다. 반복 플레이가 곧 경험. 그렇기에, 무서울 것은 없다. 질릴 정도로 그 상황을 겪어온 사람들이니까. 능력은 부족하지만, 제약은 많지만, 그래도 경험은 살아있다.


플레이어를 차별하는 게임

이 게임은 BB UNIT을 지원한다. 하지만, BB UNIT이 없어도 네트워크 어댑터만 있으면,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게임의 멀티 플레이에 대한 진입 장벽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 일본 주소 입력에 관련한 부분은 논외)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게 장벽이 높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BB UNIT이 없어도 되는 게임이지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웃브레이크는 HDD에 인스톨해서 플레이하지 않으면, 3배 이상 긴 로딩을 만나야만 한다. 아웃브레이크가 선사하는 진정한 공포는 로딩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BB UNIT이 없는 상황에서의 로딩이 길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 시에는 HDD유저와 아닌 유저를 따로 구분하고 있으며, HDD유저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옵션을 설정할 수도 있다. 타임 어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에서, 이런 형태의 속도 차이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HDD유저와 아닌 유저가 같이 멀티 플레이를 하게 되면, 같이 새 맵에 들어가더라도, HDD유저가 먼저 로딩이 끝나서 이미 조작할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스피드핵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상당히 불합리한 구조이다.

로딩이 심각하지만, BB UNIT이 없어도 멀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아니면, BB UNIT 전용으로 만들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져야만 할까? 적당한 볼륨의 미션을 반복적으로 즐기는 형태인 아웃브레이크라면, 후자쪽이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BB UNIT을 지원하지 않다보니, 추가 미션을 다운로드 받는다던가 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물론, 싱글 플레이에서도 HDD에 인스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로딩이 길기 때문에, 공간과 공간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즐기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특히, 공격을 받아 밀려나서 로딩을 하는 경우는 보다 더.

BB UNIT를 가진 사람. HDD에 게임을 인스톨한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바로 아웃브레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