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으로 기획이 되었던 RPG인 에스트폴리스 전기. 하지만, 2편까지 내놓은 이후에 판권이 공중에 떠버려서, 제대로 완결을 못 보여준 상태로 끝나버렸다. 판권을 가지고 있던 퍼블리셔가 도중에 도산해버린 덕분에, 결국 다시 판권은 타이토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에스트폴리스 전기 자체가 그리 흥행 성적이 확실한 타이틀은 아니었다. SFC에서는 어떻든 만들어볼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PS2의 시대가 찾아왔었고, PS2로 집중해서 RPG를 만들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진 타이틀이었는데, 스퀘어 에닉스가 타이토를 흡수하게 되었고, 스퀘어 에닉스에 의하여 에스트폴리스가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완전 신작이 아닌, 에스트폴리스 전기 2를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 퍼블리셔가 바뀌었고, 장르도 바뀌어버린 리메이크이긴 하지만, 실제 개발사는 에스트폴리스 전기 1, 2를 만들었던 네버랜드가 담당하고 있다. 음악 역시 기존의 음악들을 다시 편곡해서 활용하고 있었다.

RPG에서 액션RPG로 스타일은 바뀌기 때문에 위화감이 많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에스트폴리스 전기 2의 특징을 떠올려본다면 액션RPG 형태의 리메이크도 납득할 만 하다. RPG로서의 별다른 신선한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없었던 무난한 스타일의 게임이 에스트폴리스 전기였다. 하지만, 에스트폴리스 전기 2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퍼즐 던전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했다. 에스트폴리스 전기 이전에도 퍼즐 던전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에스트폴리스 전기 2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던전에 퍼즐을 심어두었다. 인카운트 방식의 전투 시스템에 퍼즐이 합쳐지면, 어느 한쪽에 신경쓰기 힘든 경우도 많은데, 액션RPG로 전환한 덕분에 전투와 퍼즐 모두 접근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액션 감각 자체는 생각 보다는 쾌적한데, 알게 모르게 적들이 질긴 편. 보스는 특히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에스트폴리스에서는 레벨브레이크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었다. 전멸 당하면 전원의 레벨을 5 올려준 상태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레벨브레이크. 이 무슨 액션리플레이 같은 치트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액션에 몰두하고 싶으면 레벨브레이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도전을 해도 되고, 그냥 이런저런 적을 잡으면서 레벨노가다를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액션RPG이긴 하지만 퍼즐 던전을 풀어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조금 더 두고있는 이들에게는 보스 대전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도중에는 기본 레벨체계와는 다른 독자적인 레벨을 쓰는 던전을 따로 내놓기도 해서, 레벨 인플레이션을 막아두고 있기도 하다.